JTBC를 통해 방영된 드라마 '대행사'는 흙수저가 기회를 현실로 만드는 전형적인 루틴을 보여준다.
대행사는 원재료나 신기술 등을 활용해 사업을 영위하는 집단이 아닌 순수한 창의(creativity)를 통해 발굴한 아이디어를 상품화 하기에 무엇보다도 개인의 역량과 개개별 조직원의 역량을 최대화 시키는 경영 시스템이 요구되는 분야이다.
드라마 대행사의 주인공 역을 맡은 이보영은 개인의 역량을 공평하게 펼칠 수 있고 그에 대한 충분한 보답이 제공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행사에 입사 지원 후 각고의 노력을 통해 탁월한 업무 능력을 갖춰가게 된다.
대행사에 입사한 초반에 이보영은 몇 개의 카피를 작성하여 상사에게 보고하지만 상사의 소질이 없으니 그만두라는 혹평을 듣게 된다. 이에 낙담한 이보영은 화장실에서 퇴사 고민을 하던 중 직장 선배로 부터 "처음부터 소질있는 사람이 어디있어, 될 때까지 무작정 카피를 적어보는 것다."라는 조언을 듣고 바로 실행하여 밤샘을 통해 한 무더기의 카피를 작성하여 자신을 질타했던 상사에게 보고한다. 이에 직장 상사는 이보영이 제출한 무수히 많은 카피를 보며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우리 회사에 광기가 있는 사람이 들어왔다는 좀 더 걸죽한 표현으로 이보영의 의지를 인정한다.
시간이 흘러 이보영은 CD로써 업무 성과를 이뤄가지만 사내 주도 집권 집단인 명문대 출신의 선후배 집단으로 부터 강한 견제를 받게 된다. 업무 성과를 논하지 않고 오직 학연으로 연결된 사내 정치 주도 집단은 지방대 출신의 이보영을 단지 출신 대학이 자신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배척을 하게 된다.
이러한 학연을 연결고리로 하는 사내 정치 집단은 현실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믿기 힘들겠지만 내가 직접 경험했던 국내 모 대기업의 경영기획부서에는 모 대학 특정 과의 선후배로 임원서부터 막내까지 구성되었고 해당 대학의 특정 교수의 문하생들로 구성되어있었고 이들은 사내에서 공공연하게 자신들의 학연 유대감을 업무에서나 회식에서나 표출했다. 대행사 드라마와 다른 점은 이보영이 지방대 출신이라고 배척을 당하는데 내가 경험한 그 집단은 지방대 선후배 집단이었고 대기업의 돈을 만지는 곳을 이러한 집단이 장악할 수 있었던 것은 해당 대기업이 지역색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이다. 즉 기업이 커지면서 창업 초기에 혈연, 지연, 학연 등의 조직 구성원의 결집력을 높혀 각 구성원의 자발적 헌신을 통해 기업의 생명력을 강화시켰던 요소가 일정 규모 이상으로 기업이 성장하게 되면 오히려 기업 성장을 저해하는 요소가 되고 기업 경영을 시스템이 아닌 창업 초기의 인맥으로 유지하게 되면 결국 잘 나가던 대기업도 순위에서 크게 밀려나게 된다.
드라마 대행사에서 이보영이 마주하고 있던 난관과 이를 어떻게 극복해갔는지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대행사 내 주도 집단과 대립
이보영은 개인의 실력을 통한 공정한 경쟁과 경쟁 결과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주어진다는 말을 듣고 대행사에 입사지원했지만 입사 후 업무성과가 쌓여가면서 마주하게 된 현실은 학연을 중심으로 한 사내 정치 집단이고 이들은 뛰어난 업무성과를 만들어 가고 있는 이보영을 자신의 이익을 저해할 수 있는 잠재 위험요소로 인식하며 이보영을 견제한다.
위의 사진은 VC기획 임원인데 이 사람이 대행사 내에 학연을 중심으로 한 정치 집단의 수장이다. 차기 대행사의 대표를 희망하며 자신을 지지해줄 기반 세력으로 학연을 선택했고 자신의 주변에 자신과 동일 대학 인물들을 요직에 앉히게 된다. 이 사람의 관심은 대행사의 성장이라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대행사 실적이 어떠하든 자신이 최고의사결정권자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길에 걸림돌이 있었으니 지방대 출신의 업무성과가 탁월한 이보영이었고 이보영이 이끄는 집단은 학연이 아닌 실력 중심으로 뭉친 실무형 인재 집단이었다.
지속된 대행사 내 학연을 중심으로 한 VC기획 임원의 협박에도 이보영이 물러서지않자 해당 임원은 이보영을 쳐내기 위해 이보영을 상무로 승진시키게 된다. 임원이라고 하면 모든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일 수 있지만 임원이 되면 퇴직금을 정산하고 매년 계약을 연장해야 하는 계약직으로 전환된다. 따라서 직장인들의 선망의 대상인 임원으로 큰 돈을 벌려면 적어도 3년 이상 임원 계약이 연장되어야 다른 무엇을 할 수 있는 재정적 기반이 마련된다.
VC 기획 상무는 이보영을 상무로 승진시킨 후 1년 계약 기간 만료 후 퇴시시킬 것이라고 이보영을 지속 협박하게 되고 이에 이보영은 오직 성과로서 난관을 극복하고자 한다.
난관 극복을 위한 극한 성과 목표 제안, 6개월 내 매출 50% 이상 달성
VC 기획 임원에 의해 상무로 승진한 이보영은 1년 후 계약이 만려될 것이라는 공공연한 협박을 받게 되고 이에 위 사진에서와 같이 자신의 유일한 장점인 업무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데 필수적인 능력과 성과 기반의 업무조직을 임시적인 T/F로 구성하게 된다.
TF 팀을 구성한 이보영은 대표에게 6개월 내 매출 50% 이상 달성이라는 목표를 제시하고 지방대 출신인 자신의 가치를 직접 증명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도 VC 그룹 총수의 비서실장까지 학연으로 연결한 VC 기획 임원의 학연 중심 정치 집단의 지속적 방해와 압박이 진행되며 이보영의 6개월 내 매출 50% 이상 달성을 와해시키고자 한다.
현실이었다면 당연히 이러한 집단 따돌림 속에서 아무리 뛰어난 업무성과를 나타내는 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결국 집요한 정치 집단에 의해 배척되며 업무평가가 서서히 나뻐지면서 유일한 장점이었던 업무성과라는 요소가 사라지며 축출된다. 왜냐하면 지속 업무성과를 이전과 같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달성을 하더라도 업무 목표 설정과 이에 대한 평가를 특정 사내 정치 집단이 장악하게 되면 업무평가가 결국 안좋아지게 되는 사내 많은 사례들을 직장인들은 목격했을 것이다.
그런데 드라마이기에 여기에 희극적 요소를 가미했다.
드라마 대행사 작가는 현실과 달리 직장인들의 바람을 희극적 요소를 가미하여 대리만족시켜 주었다. 위 사진은 드라마 대행사에서 VC 그룹 회장의 손녀인데 이 손녀가 대행사에 상무로 첫 업무 경험을 시작하기 위해 이전까지 여성 임원이 없었던 대행사에 지방대 출신 이보영을 먼저 첫 여성 임원으로 만들어 주위의 관심을 상쇄시키고 이보영이 상무가 된 이후에 VC 그룹 회장 손녀가 상무로 대행사에 출근하게 된다.
지속된 대행사 내 학연 중심 정치 집단의 압박을 받던 이보영은 업무성과 외적인 정치적 대립을 타파하기 위한 도구로 회장 손녀를 활용하게 된다.
업무 경험과 사내 정치와 관련해 경험이 전무했던 회장 손녀에게 의도적 전급을 한 이보영은 기브앤데잌(give & take)을 제한하고 먼저 자신이 회장 손녀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한다. 이보영과 회장 손녀와의 give & take 이 몇 차례 반복되며 상호 윈윈할 수 있다는 인식을 회장 손녀에게 심어준 이보영은 향후 거짓없이 도울 것임을 회장 손녀에게 제안하며 실리의 관계에서 믿음의 관계로 발전시킨다.
목표 달성 이후의 작가가 보여준 또 다른 경지
뛰어난 능력을 기반으로 업무성과 중심의 TF를 구성하여 사내 학연 정치 집단의 지속된 압박에도 굴복하지 않고 결국 6개월 내 매출 50% 상승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되고 이를 통해 이보영은 대행사 대표로 승진하게 된다.
그런데 대행사 작가는 여기에 또 하나의 희곡적 요소를 부여했다. 대행사 드라마 전체가 이보영을 둘러싼 사내 암투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에 대해 작가는 새로운 시각을 시청자에게 보여준다.
대행사 내에서 학연 중심 정치 집단과 성과 중심 이보영 집단의 치열한 결투가 진행되고 누가 이기든 간에 결국 대주주의 머슴이라는 것이다. 작가는 드라마에서 '머슴'이라는 단어를 서슴치않게 사용하고 있고 이 단어는 VC 그룹 회장을 통해 빈번하게 발설된다. 회장은 머슴에게는 감정을 보여주는 선물이 아니라 감정이 없는 돈으로 댓가를 지불해야하고 그러한 이유는 머슴에게 감정을 갖게 되면 자신과 동등해지려고 하고 이후에는 자신을 넘어서려고 하기 때문이라는 대사가 시청자들의 뇌리를 때린다.
즉, 아무리 생존을 위해 사내 처절한 경쟁을 이겨냈더라도 결국 월급을 주는 이의 입장에서는 이 사람이나 저 사람이나 나아게 이득을 주기만 하면 되는 도구라는 부인하기 어려운 현실을 작가는 시청자에게 보여준다.
대행사 주인공 이보영은 대행사의 대표가 된 이후 머슴으로 지속 삶을 연명하기 보다는 창업을 통해 스스로 삶의 가치를 창출해가는 길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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